우리의 사고방식에는 종종 왜곡된 패턴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특정한 철학적 개념이 잘못 적용될 때 이러한 사고 오류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칸트의 범주론을 기반으로 역기능적 사고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펴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자.
칸트의 범주론과 사고의 오류
칸트의 범주론에서 제시하는 판단과 개념은 본래 왜곡된 사고방식을 포함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 범주나 판단 형식(예: 가능성, 사실성, 필연성 등)의 경직된 사용은 오히려 사고의 유연성을 제한하고, 역기능적 사고 패턴을 강화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칸트의 양상(modality) 범주는 사고의 경직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다.
양상 판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가능성: 어떤 것이 사실일 수도 있음
사실성: 실제로 존재하거나 일어난 사건
필연성: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하는 진리
그러나 우리는 종종 이러한 판단을 너무 단정적으로 사용하여 사고를 경직되게 만든다. 인지 치료에서는 이러한 왜곡된 사고 패턴을 교정하려는 노력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반드시 ~해야 한다' 사고방식의 문제
인지 치료 전문가인 엘리스(A. Ellis)는 비합리적 사고 패턴 중 하나로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사고를 지적한다. 이는 칸트의 개념에서 보면, 단정적(assertoric) 또는 필연적(apodictic) 판단이 과도하게 사용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 일은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와 같은 사고방식은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서 필연적인 진리로 자리 잡는다. 이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를 압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실과 가능성을 혼동하는 오류
어떤 사건을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승진 기회를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이 **“나는 승진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판단(assertoric judgment)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나는 반드시 승진에 실패할 것이다”**라고 믿는다면, 이는 필연적 판단(apodictic judgment)으로 변질된다.
이처럼 사고가 경직되면, 우리는 사실과 가능성을 혼동하여 다양한 선택지를 놓치게 된다. 인지 치료에서는 이러한 사고 패턴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잉 일반화와 논리적 오류
인지 치료 전문가인 베커(Beck)는 **과잉 일반화(overgeneralization)**가 역기능적 사고를 유발한다고 보았다. 이는 칸트의 특수성과 보편성에 대한 개념과 연결된다.
칸트의 논리에 따르면, 일반적인 판단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갖는다.
보편성: 모든 A는 B이다.
개별성: 일부 A는 B이다.
단일성: 하나의 A는 B이다.
그러나 과잉 일반화는 특정한 사례를 보편적 법칙으로 확대하는 오류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한두 번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고 해서 **“모든 권위자는 나를 억압한다”**라고 믿는 것은 잘못된 일반화다.
삼단논법의 오류 사례
베커는 한 사람이 **“권위자의 모든 제재(corrections)는 비난이다”**라는 가정을 한다고 보았다.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대전제: 권위자의 모든 제재는 비난이다.
소전제: 담임교사는 나를 제재한다.
결론: 담임교사는 나를 비난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특정한 사건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는 전형적인 오류다. 실제로는 모든 제재가 반드시 비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피드백일 수도 있다.
사고의 유연성을 회복하는 방법
인지 치료에서는 역기능적 사고 패턴을 교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사고의 유연성 기르기: 단정적인 표현을 줄이고,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는 연습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대신 “나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라고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기: 실제로 일어난 사실과 우리가 덧붙인 해석을 구분하는 습관을 기른다.
과잉 일반화 줄이기: 한두 가지 경험을 모든 상황에 적용하지 않고, 개별적인 사건으로 인식하는 연습을 한다.
결론
역기능적 사고는 우리의 삶을 불필요한 불안과 스트레스로 가득 차게 만든다. 칸트의 범주론을 이해하고, 사고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방법을 익힌다면 더 유연하고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다. 사고의 틀을 깨고 보다 열린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